흡혈희 미유(吸血姬 美夕)

이번에는 우연찮게 애니를 꽤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2년 전인 2003년, 한 쪽에서는 MS Word(혹은 한글97), 그리고 포토샵을 띄워놓고 열심히 받아 놓았던 흡혈희 미유(吸血姬 美夕)를 다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애니는 받는다/본다/굽는다 패턴으로 감상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애니를 구석에 처박아두고 썩혀야 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제서야 짐(?) 하나를 덜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쁩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쪽에 넣어 놓았으니 읽어보시길. 단, 스크롤의 압박은 어느 정도 감수하셔야 할 듯.

원작 및 감독 : 히라노 토시키
캐릭터 디자인 : 카도노소노 메구미(키디 그레이드도 했었지 아마?)
음악 : 카와이 켄지(공각기동대 음악도 이 사람 작품이랍니다)
분량 : TV시리즈 총 26화
CV : 나가사와 미키(미유 역), 오가타 메구미(레이하 역), 기타 유명한 사람들 한 가득.
장르 : 호러물이다, 혹은 심령물(괴기물?)이다 말이 많지만, 역시 이건 ‘마법소녀물’입니다(*1).

신마, 그것은 인간의 마음을 좀먹고 파멸로 이끄는 자.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어둠의 세계에 봉인되었다. 그러나 어둠에서 빠져나온 신마는 지금도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들어 낮과 어둠의 사이에 존재한다. 길을 잃은 신마를 다시 한 번 어둠속으로 돌려보내는 감시자, 그것이 아름다운 뱀파이어, 미유. 그 진정한 모습은 아무도 모른다.
(오프닝 나레이션에서)

메이지(明治)(1800년대 중반~1900년대 초반) 말기인지, 쇼와(昭和) (1900년대 초~1989년?) 초기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때 태어난 야마노 미유(山野 美夕)는 14살이 되기 전날 밤 어떤 사정 때문에 부모를 잃고, ‘신마’를 봉인하는 감시자이자 뱀파이어가 됩니다. 그 뒤로 서양에서 온 신마인 라바(ラブァ)를 자신의 파트너로 만들고, 사물을 보는 능력을 가진 시나(死無)를 애완동물(?) 삼아서 몇십년간 소녀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일본의 신마를 봉인합니다. 세월은 흘러 현대(라고 해도 1990년대 중반 정도?). 미유는 토키와 여학원(時輪女子學園) 중등부에 입학합니다(위장취업?). 항상 혼자서 지내던 미유에게 치사토(千里)가 “하지만 미유, 어두워보여”라며 다가오고, 그 뒤로 미유는 유카리(由香利), 히사에(한자를 못찾겠군요)와 함께 다니게 됩니다. 치사토는 미유를 친구로 생각하지만, 미유는…

대강 이 정도로도 네타바레는 충분하기때문에 스토리는 더 이상 적지 않습니다. 어차피 줄거리 같은 건 인터넷을 뒤지면 더 자세한 게 있을 것이라 믿고 생략합니다.

흡혈희 미유는 초반에는 미유가 토키와 여학원으로 전학(?)온 뒤 치사토, 유카리, 히사에들과 같이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비교적 밝은 분위기로 진행됩니다(그렇다고 미유가 본업을 게을리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미유와 라바의 옛날 이야기, 그리고 미유의 숙적(?)인 레이하의 이야기를 보여주더니만, 결국은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이야기 진행이 조금 진부하기는 하지만, 아니, 실은 저도 속았다니까요. ‘그게 그거였구나’라면서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신마들은 하나같이 인간의 마음속 약점을 파고듭니다. 증거 인멸을 위해 자신의 제자를 신마에게 제물로 바치는 선생님, 그리고 영원히 아름다워지고싶다는 욕심때문에 신마의 콜렉션이 되고 만 여성들, 종류는 가지가지지만, 인간의 욕심이란 얼마나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신마를 처리한 다음, ‘인간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라바에게 미유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로서는 도와줄 수 없어. 비록 한 순간이지만 원해서는 안 되는 것을 원했으니까”라고.

그렇다고 해서 미유가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흡혈귀인가 묻는다면, 대답은 절대로 No입니다. 신마에게 자발적으로 얽매인 사람들에게는 냉정하지만, 한 순간이나마 신마가 가져다준 ‘행복’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행복할 수 있는 꿈’을 댓가로 그 피를 받습니다. 인간들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고자 하는 신마들에게는 관용을 베푸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감시자가 되기 위해 미유가 겪었던 시련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 외적인 면에서 보면, 이 흡혈희 미유는 꽤나 재밌는 작품입니다. 음악은 카와이 켄지, 캐릭터 디자인은 카도노소노 메구미. 그리고 화려한 성우진들. 일단 주인공 미유역에 나가사와 미키, 그리고 레이하 역에는 오가타 메구미가 등장합니다. 거기에다가 미츠이시 코토노, 세키 토모카즈, 야마구치 유리코, 이와오 쥰코, 카사하라 히로코, 카와무라 마리아 등등. 당신이 성우 매니아라 자신하신다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성우를 알아맞춰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일 것입니다(*2).

캐릭터 디자인과 성우, 그리고 소재가 모두 마음에 드는 애니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지만, 적어도 저에게 흡혈희 미유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보기 드문 애니였습니다. 나온지 1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서 구하기는 다소 어렵겠지만, 한번 구하실 수 있는 분들은 꼭 보시기 바랍니다. 운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정한지 잘 보여주는 잔혹한 드라마입니다. 비록 다 감상하고 나면 대체 신마는 왜 존재해야 하고, 감시자는 왜 존재해야 하는지, 회의를 느끼실지도 모르지만. 아름다운 뱀파이어, 미유의 세계에 한 번 빠져 보시겠습니까?

*1 : 대부분의 마법 소녀들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말을 하는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닙니다. 또한 마법을 쓰기 위한 어떠한 주문(呪文)을 사용하고, 평소에는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가다가 어떤 임무를 수행할때면 변신합니다. ‘마무리 포즈’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지요. 카드캡터 사쿠라와 흡혈희 미유를 비교해보자면,
주어진 임무 : 사쿠라는 클로우 카드 모으기, 미유는 신마 봉인.
애완동물 : 사쿠라는 케로쨩(케르베로스), 미유는 시나.
주문 : ‘그대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클로우 카드!’ vs ‘길 잃은 신마여, 어둠으로!’
변신 : 사쿠라는 토모요의 도움으로 변신, 미유는 교복에서 감시자가 되기 이전의 의상으로 변신. 동시에 눈동자가 갈색에서 아름다운(!) 황금색으로 변한다.
마무리 포즈 : 사쿠라가 클로우 카드를 봉인하는 장면, 미유는 ‘주문’을 외치면서 신마에게 불꽃을 날리는 장면.
따라서 본인은, 흡혈희 미유도 충분히 ‘마법소녀물’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2 :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알아 들었는데, 카와무라 마리아만큼은 구별하기 힘들더군요. 이 애니를 구해서 보실 분들을 위해서 몇 화인지는 밝히지 않겠지만, 나중에 엔딩 텔업을 보고 “이 목소리가 이 사람?!”하고 기절하실지도 모릅니다. 아, 참고로 저는 성우에 그다지 집착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PS.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긴 글을 올려봅니다. 한 달에 30페이지씩 써 대던 생존 본능은 아직도 죽지 않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by 사쿠라쨩 | 2005/08/24 13:07 | 애니&게임&성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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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狂猫 at 2005/09/04 17:49
증혈기 카렌이랑 헷갈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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