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 사진이 없는 글을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본인이 일하고 있는 패밀리마트 히가시 이케부쿠로 잇쵸메점 인물탐구. 본인이 가장 많이 마주친 사람들을 중심으로 적습니다.
야마쿠라(山倉) : 점장. 첫 출근해서 연수 나간 일요일에 갑자기 레지를 세워서 지옥 연수를 시킨 장본인. 본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권군, 혹시 이번 금요일에 (근무) 들어갈 수 있어?" 등등.
야마구치(山口) : 남. 추정 나이는 22세. 저녁 근무를 담당하기도 하고 야간 근무를 담당하기도 함. 눈치로는 제일 짬밥이 높은 듯. 지난 번에 마지막으로 근무를 같이 했을때는 본인에게 상당히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들을 아무렇지 않게 던져서 내심 당황하게 만듬. 얌마 그렇다고 OOOO에 대해서 물어보거나 XXXXX를 물어보면 실례지 않냐?
예전에 22살로 보인다고 했더니 "한국 나이로 24살로 보인단 말인가!" 라면서 좌절함.
킨(金) : 여. 추정 나이는 21세? 성은 킨(金)이요, 이름이 아무래도 한국식 이름이어서 오늘 물어봤더니 할머니가 한국 사람인 재일 교포 3세. 대학교 이야기를 했더니 웃으면서 자기는 대학교 가 본 적이 없다나. 눈치로 보아서는 토요타 암럭스 근처에서도 일자리 잡아서 일하는 듯 하나, 진상은 여전히 베일에. 오늘처럼 가끔씩 8시간 이상 근무하기도 함.
키노시타(木下) : 남. 올해 대학교 4학년이라는 걸 봐서는 23살? 본인에게 유일하게 존댓말(ですます)을 써 주는 사람 중 하나. 버릇처럼 하는 말은 "そそそう."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친절하게 잘 가르쳐 준다. 본인의 나이를 밝히니 자기딴에는 21살인줄 알았다며 내심 놀라는 눈치. 사람들이 미친 듯이 몰려드는 주말의 이케부쿠로에서 지옥의 세 시간을 버틴 전우(?)이기도 함.
후지다(藤田) : 여. 08학번이라는 걸 보아서는 19살? 성을 보고 하츠네 미쿠와 관계 있는 모 성우를 떠올렸지만 후지'다' 로 읽는다. '타' 가 아니다(...). 본인과 이번에 시프트에 같이 들어간 것은 세 번째임에도 불구하고 본인과는 그다지 사담을 나누지 않는다. 본인에게 말을 걸때는 "됐어. 여기에 돈 채워놔." 라든지 "이거 미리 안해놓고 하려면 귀찮잖아?" 라든지 "여기잖아?" 라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철저히 반말이다. 얘야, 내가 나이 별로 잘 안따지는데, 나랑 너랑 7년차이 난단다(...) 그런 식으로 말할것까지는 없지 않니?
전(全) : 여. 추정 나이는 (한국 나이로) 24살? 성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인. 본인이 면접 잡으려고 했던 전화를 받은 장본인임. 한국어가 통함에도 불구하고 업무 시간에는 가급적 일본어로 대화(UN에서 공용어가 영어인것과 같은 이치). 부산 출신이며 JLPT 3급 소유자. 이 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느라 정신이 없는 맹렬여성(?). 가끔씩 본인의 일본어가 부럽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이런 엉망진창 일본어를 부러워하면 안됩니다, 네.
본인 : 남. 26살. 5월 3일에 첫 연수를 들어간 뒤로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아 죽어나는 외국인 노동자. 가끔 한국인 손님이 나타나면 느닷없이 한국어로 멘트를 외치기도 한다("583엔입니다"). 여고생 애들이 떼로 몰려오면 한국어로 작게 "젠장 또냐" 라고 불평을 하기도(여고생이 떼로 몰려오면 좋지 않냐고? 당신이 한 시간만 일해봐, 그런 소리 나오나).
명백히 외국사람 혹은 일본어를 못 알아 듣는다 싶으면 밑져야 본전인 셈 치고 영어로 손님 받는 대책없는 사람. 이를테면 "Do you need a plastic bag?" 이라든지 "Here's your change for two hundred and fifty three yen." 이라든지. 그러고보니 오늘은 난데없이 들어온 한 외국인에게 "당신 영어 좋아." 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가? 하지만 영어 잘 못합니다. 정말이에요. 하도 일본어만 쓰다 보니 영어도 가끔은 쓰고 싶어집니다. 내가 미쳤나?!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불만은.
얘들아, 내가 나이 가지고 유세 하는거 초낸 싫어하긴 해.
그런데 내가 ですます로 나가면 너네들도 어지간하면 좀 맞춰주라. 어떻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죄다 반말하고 지랄이니(...).
솔직히 오늘은 좀 열받더라.
다음에는 집에다가 소주 좀 보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오늘처럼 속터지면 병나발 좀 불게(...)
이상 번외편 끗.